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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기기, 집단의 사고: 스마트폰의 역설

개인화를 넘어선 스마트폰의 역할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개인적인 기기다. 지문이나 얼굴을 인식해 나만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나의 취향을 반영한 음악과 영상이 흐르며, 맞춤형 뉴스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하고, 내게 가장 적합한 길을 안내한다. 이 기기는 철저하게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은 가장 집단적인 사고를 만들어낸다. 필터버블과 정보 소비의 변화과거에는 정보소비가 비교적 균등하게 이루어졌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은 모두가 동일한 뉴스를 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 활성화되면서 사용자마다 다른 뉴스가 제공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클릭 패..

사소한 이야기 2025.03.20

성 베드로의 물고기(Peter's fish), 달고기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마태복음 17장 27절) 전설 속 물고기물 위에 선 베드로는 깊은 수면을 바라보았다. 물결은 조용히 일렁였고, 그의 손에는 낡은 어망이 들려 있었다. 그가 예수의 말씀대로 낚싯줄을 던지자, 놀랍게도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물고기의 입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은화 한 닢이 들어 있었다. 베드로는 그 돈을 성전세로 바쳤고, 이때 잡은 물고기가 바로 오늘날 ‘성 베드로의 물고기’라 불리는 달고기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달고기의 몸에는 선명한 검은 반점이 있다. 이 반점은 베드로가 물고기를..

동식물 이야기 2025.03.19

상어, 오해와 진실 – 바다의 포식자는 정말 위험할까?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상어는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포식자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며, 종종 영화 속 피에 굶주린 괴물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로 상어가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며, 대부분의 경우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라 탐색 과정에서 발생한다. 상어는 시각보다는 전기 감각과 후각에 의존하여 사냥하는데, 머리에 위치한 로렌치니 기관(Ampullae of Lorenzini)을 통해 극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한다. 이 과정에서 수영객이나 서퍼의 움직임이 물개와 비슷하게 인식될 경우, 상어가 착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상어는 대상을 탐색할 때 입을 이용하는 습성이 있어, 시험 물기(test bite)를 통해 주변 환경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

동식물 이야기 2025.03.19

빛의 혁명, LED

1. 빛과 문명의 변화빛을 다루는 기술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태양이 사라진 밤에도 불을 밝힐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이 확장되었고, 전구가 등장한 순간부터 인간의 생활 방식은 달라졌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빛의 혁명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사고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LED, 즉 발광 다이오드가 있다. 2. LED의 원리와 차별성LED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백열등이 필라멘트의 열을 이용해 빛을 내고, 형광등이 기체의 방전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LED는 반도체에서 전자가 이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한다. LED는 p형과 n형 반도체가 접합된 구조를 가지며, 이곳에서 전자가 이동하면서 광자가 방출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전..

발명품 이야기 2025.03.19

2000년을 앞선 기술,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

1. 바닷속에서 발견된 미스터리한 유물 1901년, 에게해의 작은 섬 안티키테라 앞바다에서 그리스 해면(스펀지) 채집 다이버들이 예상치 못한 난파선을 발견했다. 배에는 청동 조각상과 도자기, 보석 같은 귀중품들이 가득했지만, 가장 독특한 것은 작은 나무 상자였다. 상자 안에는 부식된 금속 조각들이 들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정교한 톱니바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유물은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자들은 이 기계의 정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2. 부식된 금속 조각의 정체20세기 후반, 연구자들은 X선 단층 촬영과 3D 스캔을 이용해 부식된 유물을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기계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태양과 달, 그리고 ..

발명품 이야기 2025.03.19

죽음을 애도하는 동물들: 집단 기억과 사회적 유대

지난 3월 14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코끼리의 애도 행동을 포착한 기사를 보도했다. 25년 동안 함께한 인도 코끼리 ‘제니’가 사망하자 동료 코끼리 ‘막다’는 몇 시간 동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수의사가 접근을 시도했으나, 막다는 이를 저지하며 죽은 동료 곁을 지켰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본능적 반응이 아니라 코끼리 사회에서 공유되는 기억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Moment retired circus elephant mourns its long-time performing partnerThe pair Jenny and Magda had been inseparable for more than a quarter of a century and retired four years ag..

동식물 이야기 2025.03.18

폴라로이드, 기다림을 줄여온 사진 기술의 역사

1943년, 세 살짜리 제니퍼 랜드는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빠, 왜 사진을 바로 볼 수 없어요?"이 질문을 받은 아버지 에드윈 랜드(Edwin Land)는 고민에 빠졌다.그리고 몇 년 후, 그는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카메라를 발명했다.바로, 사진을 찍고 몇 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 폴라로이드, 기다림을 줄여온 사진 기술의 역사어떤 면에서 보면 사진기술의 발전은 곧 기다림을 줄이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사진이 발명되었을 때, 한 장의 이미지를 얻기까지 몇 시간에서 몇 날이 걸렸다.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기술이 등장하면서 수십 분으로 단축되었고, 필름 카메라는 촬영 자체를 빠르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현상과 인화과정이 필요했다. 1948년, 폴라..

발명품 이야기 2025.03.18

케블라(Kevlar)

섬유인데 강철보다 강하다. 모순 아닌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섬유는 옷감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흔히 옷, 이불, 커튼과 같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책임지고 있다. 강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특별한 물질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케블라(Kevlar)이다. 케블라는 1965년 미국의 여성 화학자 '스테파니 퀄렉(Stephanie Kwolek)'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혁신적인 합성섬유다. 당시 그녀는 듀폰(DuPont)사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고강도 섬유를 개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퀄렉은 수많은 실험 끝에 이상하게 탁하고 점성이 강한 액체 용액을 발견했다. 사실 당시 다른 연구원들은..

발명품 이야기 2025.03.18

진공청소기(vacuum cleaner)의 역사

서론: 거대한 말이 끄는 진공청소기1901년 런던. 한 대의 마차가 집 앞에 멈춰 서고, 길게 뻗은 호스가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다. 곧 마차 안에서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창문을 통해 먼지가 빨려 나온다. 이것은 영국의 엔지니어 ‘휴버트 세실 부스(Hubert Cecil Booth)’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진공청소기였다. 오늘날과 같은 소형 가전제품이 아니라, 가솔린 엔진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기계로, 직접 집 안으로 들일 수 없어 마차에 실어 이동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 발명은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 청소기는 대중화되지 못했고, 몇 년 후 더 작고 실용적인 진공청소기가 등장하게 된다.1. 빗자루로는 먼지가 사..

발명품 이야기 2025.03.17

풀숲의 감시자: 토끼의 생존 본능

이 작은 생명체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아니다. 토끼는 항상 깨어 있다. 풀숲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이 순간에도, 바람의 흐름과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감지하고 있다. 토끼는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토끼의 신경은 늘 곤두서 있다. 작은 바람의 흐름,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땅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하며 주변을 끊임없이 살핀다. 이런 경계심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전략이다. 포식자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토끼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머리 양옆에 위치한 커다란 눈은 거의 360도에 가까운 넓은 시야를 제공해, 뒤에서 다가오는 적까지 포착할 수 있다. 덕분에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

동식물 이야기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