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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하늘에 멈춰 서고 싶은 욕망

서론언제부턴가 인간은 단순히 날고 싶다는 욕망을 넘어 하늘 위에서 멈춰 서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 새처럼 떠다니는 것 이상으로 독수리처럼 제자리에서 하늘을 응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행기는 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활주로 없이는 뜰 수 없었고,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도 속도를 멈출 수 없었다. 하늘에서 ‘정지’하는 것 , 이것은 인간이 아직 가지지 못한 능력이었다. 그러나 이 욕망은 기술을 이끌었고, 마침내 헬리콥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를 만들어냈다. 1. 첫 번째 시도 ‒ 나선형 상상력헬리콥터의 첫 흔적은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시작된다. 그는 공중에 떠오르는 ‘공중 나사(aerial screw)’를 설계했다. 이 장치는 갈대, 철사, 아마포로 구성된 원뿔형 나사 형태..

발명품 이야기 2025.03.29

기후경영의 시대: RE100, 넷제로, 탄소국경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과 제도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RE100, 넷제로, 탄소국경세는 각각 전력 사용의 전환, 온실가스 감축 전략, 국제 무역 규제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모두 기후경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연계되어 작동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개념은 기업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수출경쟁력과 산업전략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RE100 (Renewable Energy 100%)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

육상 갑각류, 물을 벗어난 생존 전략

1. 폐로 호흡하는 갑각류게인데 물에 빠지면 익사한다. 이 갑각류는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야자게(coconut crab)는 길게는 20미터가 넘는 야자나무를 기어올라 코코넛을 자르고, 땅으로 내려와 그 껍질을 깨고 먹는다.이 생물은 호흡을 위해 폐와 유사한 조직을 발달시켰고, 아가미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다.따라서 물속에 들어가면 산소 흡수가 어렵고, 장시간 지속되면 익사할 수 있다. 2. 육지생활에 최적화된 생태야자게는 육상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갑각류 중 가장 거대한 종이다. 최대 다리 길이는 1m에 달하며, 몸무게는 4kg 이상으로 측정되기도 한다. 먹이는 과일, 씨앗, 죽은 동물의 사체까지 다양하지만 이름처럼 코코넛을 자르고 먹는 행동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아가미 대신 발달..

동식물 이야기 2025.03.28

덩굴, 줄기부터 다르다: 으아리, 다래, 인동덩굴

서론: 덩굴이지만, 모두 다른 덩굴덩굴식물은 스스로 서지 못한다. 대신 주변에 감기며 자란다. 생김새는 비슷해 보여도 줄기의 구조와 생태적 전략은 서로 다르다. 특히 줄기의 굵기는 그 식물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생태계와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이 글에서는 줄기의 굵기를 기준으로 흔히 눈에 띄는 세 가지 덩굴식물을 골라 각각의 특징을 비교해본다. 1. 굵고 질긴 줄기, 으아리으아리(Clematis vitalba)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덩굴식물 중 가장 굵고 강한 줄기를 가진다. 시간이 지나면 줄기는 완전히 목질화되어 성인 손가락보다 굵게 자라며, 질감은 나뭇가지처럼 단단하다. 일부 개체는 사람이 잠깐 매달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줄기를 형성..

동식물 이야기 2025.03.27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일과 재무전략: 긱 이코노미, N잡러, 파이어족

1. 디지털 환경 속 변화하는 일과 재정 전략현대의 경제환경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고용형태와 재정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N잡러,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등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2.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유연한 근로 형태의 부상‘긱(Gig)’은 원래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단기 섭외하던 방식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이코노미(Economy)’와 결합해 ‘긱 이코노미’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경제 구조를 뜻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으..

퍼포먼스 노동과 셀프 브랜딩: 일과 자기 연출

1. 일보다 중요한 건 ‘보이는 일’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척하는 사람이 더 돋보이는 시대다. 성과보다는 태도, 실력보다는 연출이 평가 기준이 되는 곳에서는 일 자체보다 일하는 ‘모습’이 중요해진다. 그렇게 생겨난 개념이 퍼포먼스 노동이다. 일에 집중하는 대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일이다. SNS에 늦은 야근 사진을 올리고, 일부러 바쁜 척 회의 일정을 늘리는 행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2. 퍼포먼스 노동과 셀프 브랜딩의 등장이 용어는 고전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연극적 접근(dramaturgical approach)’ 개념에서 영향을 받아 생겨난 비평적 표현이다. 그는 1956년 저서 『일상생활에서의 자기 표현(The Presentatio..

레밍(Lemming)의 생존 전략과 오해의 기원

1. 북극에 사는 작은 설치류 레밍(lemming)은 설치류(Rodentia) 중 비단털쥐과(Arvicolinae)에 속하는 작은 포유동물로 , 북극권 툰드라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주요 서식지는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등이며, 대표적인 종으로는 노르웨이레밍(Lemmus lemmus)과 브라운레밍(Lemmus sibiricus) 등이 있다. 이들은 짧은 다리와 꼬리, 동그란 귀를 가진 둥근 체형으로, 땅속이나 눈 아래 터널을 파고 생활한다. 겨울잠을 자지 않고 혹한기에도 활발히 움직이며, 이끼나 풀, 지의류 등 식물을 주식으로 삼는다. 레밍은 북극여우, 눈올빼미, 족제비 등 포식자의 주요 먹이이기도 하다. 2. 번식력이 만든 개체 수 폭발레밍은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른 동물..

동식물 이야기 2025.03.27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정의인가, 디지털 사냥인가

“요즘 또 '누가' 캔슬당했대.”이제 ‘캔슬한다’는 말은 일상적인 농담처럼 쓰이지만, 누군가에겐 생계를 잃을 수 있는 말이다.단순한 비난을 넘어, 대중이 도덕적 기준에 따라 한 사람을 퇴출시키는 행동.우리는 지금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낯설지 않은 풍경 속에 살고 있다. 1. ‘캔슬’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캔슬’이라는 단어는 의외로 오래전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1991년 미국 영화 《뉴 잭 시티(New Jack City)》에서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Cancel that bitch. I’ll buy another one”이라는 대사를 던지며, 이 말이 일종의 ‘버림’의 상징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cancel’이라는 표현은 힙합 음악과 흑인 커뮤..

디지털 시대의 문화 전염: 밈(Meme), 바이럴(viral), 리믹스(remix)

디지털 공간에서는 유행이 빠르게 번진다. 누군가 올린 짧은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고, 이미 본 듯한 유머가 형태만 달리 다시 나타난다. 사람들이 비슷한 리액션을 하고 비슷한 말을 따라 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밈(Meme), 바이럴(Viral), 그리고 리믹스(Remix)다. 밈(Meme)‘밈’이라는 단어는 1976년,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사용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물학적 형질을 전달하듯 밈은 문화적 정보를 전달하는 단위라고 보았다. 노래 한 소절, 유행어, 춤, 패션 등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복제되는 모든 것이 밈이 될 수 있다. 이후 밈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걱정의 80%

가스불을 껐는지 자꾸 신경 쓰인다.나오기 전에 분명히 확인했는데도 돌아가야 하나 망설인다.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음이 불편해 결국 다시 올라간다.아무 일 없다. 불은 잘 꺼져 있다. 문단속도 그렇다.현관문을 잘 닫고 나왔는데도 꽉 닫혔는지 복도에서 한 번,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 한 번 의심스럽다.누가 보면 강박이냐고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톡을 보냈는데 친구가 읽고도 아무 반응 없으면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별말 한 것도 아닌데 혹시 기분 나빴나? 내가 뭘 잘못했나?그런데 아무 일 없다는 듯 몇 시간 뒤에 답장이 온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갔는데문 앞엔 아무것도 없다.혹시 잘못 배송된 건가, 분실인가 걱정하다가옆집과 우리집 사이에 살짝 걸쳐있는 상자가 보인다.아, 저거... 흔히 우리가 걱..

사소한 이야기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