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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Nudge) 개념과 작동 방식

1. 넛지가 등장한 배경과 필요성어른 코끼리가 새끼에게 코를 내밀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강제로 끌고 가는 것도, 억지로 지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살짝 밀어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넛지(Nudge)의 개념과 닮아 있다. ‘넛지’라는 말은 영어로 ‘가볍게 밀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강요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 부족, 인지적 편향, 감정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넛지다. 이는 강제적인 규제나 경제적 유인 없이도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으..

스니커즈(sneakers): 조용한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

스니커즈는 처음부터 특별한 신발이었다. 기능을 크게 자랑하지 않았고, 눈에 띄는 구조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조용했다. 19세기까지 사람들의 신발은 대체로 소리를 냈다. 가죽 밑창은 바닥을 두드렸고, 발걸음은 늘 드러났다.그 일상을 바꾼 것이 고무였다.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는 고무에 유황을 더해 가열하는 가황(Vulcanization) 기술을 완성했고, 그 덕분에 유연하고 질긴 고무 밑창이 가능해졌다. 1892년, 미국 고무회사는 이 고무 밑창을 활용한 신발을 만들었다. 1916년에는 ‘케즈(Keds)’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고, 사람들은 이 신발을 스니커즈(sneakers)라 불렀다. 걸어도 발소리가 나지 않아, 살금살금 다닐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기능을 이름..

발명품 이야기 2025.03.22

선택 마비(Choice Paralysis): 선택이 많을수록 우리는 왜 멈추는가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다. 우리는 이 현상을 ‘선택 마비(Choice Paralysis)’라 부른다. - 베리 슈워츠 - 1. 선택이 많을수록 왜 우리는 망설이게 되는가인터넷 쇼핑몰에서 셔츠 하나를 고르기 위해 수십 개의 탭을 열어본 적 있는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앱을 종료한 경험은?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지만, 정작 선택 자체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바로 이처럼 선택이 과도할 때 오히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현상을 ‘선택 마비’라 부른다. 소비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이 개념은 일상적인 심리 문제이자, 행동경제학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주제다. 2. 선택 마비란 무엇인가선택 마비(Choice Paraly..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끝나지 않은 일이 기억에 남는 이유

1. 서론: 왜 우리는 끝내지 못한 일을 자꾸 떠올릴까사람들은 종종 어떤 일을 마무리 짓지 못했을 때, 그 일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고 말한다. 완료된 일보다 끝나지 않은 일이 더 자주 떠오르고, 때로는 잠들기 직전까지도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러한 심리현상은 단순한 개인 성향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구조와 관련된 보편적 메커니즘에 기반한다. 미완의 과제가 사람의 주의를 끌고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다. 이 효과는 일상적인 경험뿐 아니라 마케팅, 교육, 콘텐츠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2. 정의: 자이가르닉 효과란 무엇인가자이가르닉 효과는 ‘완료되지 않은 과제는 완료된 과제보다 더 쉽게 기억에 남는다’는 심리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불편함과 타협하는 우리의 심리

1. 모순을 감지하는 순간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치킨을 시킨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앉아 유튜브를 튼다. 그럴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곧 “오늘만 그런 거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으니까” 같은 말로 자신을 설득하고 넘긴다. 이렇게 어딘가 어긋난 듯한 기분과, 그걸 덮기 위해 애쓰는 마음. 그게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시작이다. 2. 인간은 왜 일관성을 원할까?이 개념은 1957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저서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에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를 일관된 존재로 믿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자..

아프리카에서 본 선인장, 진짜일까? – 선인장과 닮은 식물들의 비밀

1. 아프리카에도 선인장이 자란다?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사막이나 건조한 지역에서 선인장처럼 보이는 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높이 솟은 초록색 줄기, 날카로운 가시, 그리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보고 “아프리카에도 선인장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식물들이 모두 선인장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인장은 사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다. 선인장과(Cactaceae)에 속하는 식물들은 원래 남북 아메리카에서만 자생하던 종이다. 하지만 오늘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곳곳에서 선인장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아메리카에서 온 이주민, 외래종 선인장 아프리카에서 자라..

동식물 이야기 2025.03.21

처녀생식: 수컷 없이도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

목차서론 1. 처녀생식이란 무엇인가? 2. 처녀생식을 하는 생물들 3. 척추동물에서의 처녀생식 4. 처녀생식의 진화적 이유 5. 포유류에서는 왜 어려울까? 결론 서론우리 속담에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처녀생식(단위생식, Parthenogenesis)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 수컷이 처음부터 없기 때문이다. 일부 생물들은 암컷만으로도 후손을 남길 수 있으며, 이는 자연에서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1. 처녀생식이란 무엇인가?처녀생식이란 수정 없이 암컷이 단독으로 번식하는 방식을 뜻한다. 무성생식과 헷갈릴 수 있지만, 유전자의 재조합 없이 단순히 세포가 분열하는 무성생식과 달리, 처녀생식은 감수분열을 거쳐 유성생식의 일부 과정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동식물 이야기 2025.03.21

하이에나(hyena)는 억울하다 – 편견을 깨는 이야기

1. 하이에나는 왜 억울한가?하이에나는 오래전부터 ‘겁쟁이 청소부’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하이에나가 사자의 사냥감을 빼앗아 먹는 비열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이에나가 무덤을 파헤친다는 옛날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하이에나의 실제 생태와 거리가 멀다. 2. 하이에나는 청소부가 아니라 사냥꾼이다하이에나는 기회주의적인 포식자로, 죽은 동물을 먹기도 하지만 직접 사냥하는 비율이 더 높다. 특히 점박이하이에나는 사냥을 통해 먹이의 80% 이상을 확보하며, 큰 사냥감도 무리 지어 협력하여 잡는다. 심지어 얼룩말이나 누처럼 덩치 큰 동물도 사냥할 수 있다. 사자와 하이에나의 관계를 보면, 오히려 사자가 하이에나의 사냥감을 빼앗는 경우..

동식물 이야기 2025.03.20

억울한 동물들: 우리가 오해한 영어 속담 7가지

사람들은 흔히 동물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당연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정작 동물과는 별 관계가 없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돼지가 하늘을 난다? 개의 털이 숙취를 없앤다? 사실을 알고 보면 동물들이 억울할 만하다. 1. Cold turkey (차가운 칠면조: 갑자기 끊다[특히 중독 관련])"I quit smoking cold turkey last year."(나는 작년에 담배를 단번에 끊었어.)‘담배를 끊을 때는 무조건 칠면조를 먹어야 한다?’ 그런 뜻은 아니다. ‘Cold turkey’는 약물이나 술을 갑자기 끊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왜 ‘차가운 칠면조’일까? 사실 이 표현은 금단현상으로 인해 피부에 닭살이 돋고 창백해지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즉, 사..

사소한 이야기 2025.03.20

필터 버블(Filter Bubble):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1. 서론: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짜일까?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검색 엔진에서 뉴스를 읽고, SNS에서 친구들의 게시물을 확인하며,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을 시청한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정말 세상의 전부일까? 혹시 우리가 보고 싶은 정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필터 버블(Filter Bubble)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필터 버블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점점 한쪽으로 편향된 정보만 보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2011년 엘리 파리저(Eli Pariser)가 저서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에서 처음 주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