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49

클릭 뒤에 숨겨진 설계: 다크 패턴, 자동결제, 쿠키

서론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클릭을 반복한다. 동의 버튼을 누르고, 이용 약관을 넘기고, 무료 체험을 시작한다. 이런 클릭들은 겉보기에 단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 다루는 세 가지 용어 ‒ 다크 패턴, 자동결제, 쿠키 동의 ‒ 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공통적으로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하는 설계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1. 다크 패턴다크 패턴(dark patterns)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는 하지 않았을 행동을 유도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를 뜻한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버튼이나 메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으로 착오를 유도하는 방식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탈퇴 ..

FOMO(포모)와 JOMO(조모), 디지털 시대의 감정 풍경

1. 놓칠까 봐 불안한 감정, FOMO 2. 단어의 유래와 대중화 3. 비교와 정보과잉이 만들어낸 감정 4. 일부러 놓치는 기쁨, JOMO 5. 단절이 아닌 선택의 자유 6. 감정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 1. 놓칠까 봐 불안한 감정, FOMO‘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이런 감정은 특히 SNS나 뉴스피드를 보면서 타인은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 흔히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불안이라기보다는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그리고 그에 따른 초조함이 핵심이다. 이 감정은 선택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어떤 자리에 가지 않기로 한 자신의 선택, 혹은 다..

정말 사자는 아프리카에만 살까?

1. 인도에도 사자가 산다사자는 아프리카 초원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말은 지금의 이야기일 뿐 과거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현재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자가 생존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이다.By Mayankvagadiya,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이 지역에 있는 기르 국립공원(Gir National Park)에는 2015년 기준 약 523마리의 사자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사자의 아종인 아시아사자(Panthera leo persica)로 분류된다. 몸집은 작고 갈기가 짧으며, 무리 규모도 작다.한때는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까지 퍼져 있었지만, 지금은 인도의 기르 숲만이 ..

동식물 이야기 2025.04.14

인간을 재운 기술, 마취제

고통을 참는 수술의 시대마취제가 없던 시대, 외과수술은 고통을 견디는 일이었다. 환자는 온전한 의식 아래서 살을 절개당했고, 진통제라야 술이나 아편 정도에 불과했다. 신체를 묶고 비명을 억누른 채 수술대에 오른 이들은 통증과 출혈뿐 아니라 극심한 쇼크로 사망하기도 했다. 외과의사의 실력은 수술의 정밀함보다 얼마나 빠르게 절단할 수 있느냐로 평가받았다. 수술은 의학이라기보다 생존을 건 처치에 가까웠다. 에테르의 등장, 의식을 지우다1846년, 미국 치과의사 윌리엄 모턴(William T. G. Morton)은 외과수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는 화학물질 에테르(ether)를 환자에게 흡입시켜 의식을 잃게 한 뒤 턱 수술을 진행했고,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이 공개 시술은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

발명품 이야기 2025.04.13

코픽스·CD·기준금리, 뭐가 다른가

금리에 대한 뉴스는 자주 접하지만, 정작 내가 받은 대출의 기준금리가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준금리, 코픽스금리, CD 금리는 이름도 비슷하고 은행에서 혼용되기 때문에 혼란스럽기 쉽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출처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며, 실제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차이난다. 1.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정하는 통화정책의 축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설정하는 정책금리다. 정확히는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거래(콜금리)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국은행이 설정한 ‘기준’ 금리로, 시중금리에 큰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는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을 조절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소비자 대출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픽스금리와 CD..

지하 120m까지, 나무 뿌리의 수분 확보 전략

1. 뿌리는 수분 확보의 핵심 기관이다식물의 생존은 수분 확보에 달려 있다. 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나무가 물을 얻는 방식은 서식 환경과 뿌리의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지표면의 빗물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나무는 뿌리를 깊숙이 뻗어 지하수에 도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 주의 에코 동굴(Echo Caves) 인근 지역에서는 한 무화과나무의 뿌리가 지하 120미터까지 뻗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이 나무는 무화과 나무의 일종인 Ficus natalensis(사진)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까지 관측된 가장 깊은 나무 뿌리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건조한 토양을 뚫고 수십 미터 아래의 수분층까지 물리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식물계에..

동식물 이야기 2025.04.10

흐르는 물에 적응하여 사는 법: 수생식물 이야기

물속 식물들의 잎, 그 놀라운 전략흐르는 물속은 식물에게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수온의 변화, 산소 부족, 그리고 특히 강한 물살은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의 유일한 생존 전략은 ‘형태의 진화’로, 그 중 하나가 잎의 변화이다. 수생식물의 잎은 흔히 잘게 갈라져 있다. 이는 우연히 형성된 외양이 아니라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넓은 잎은 물살에 찢기기 쉽기 때문에 식물은 표면적을 줄이면서도 광합성 기능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이 전략은 강가나 도랑처럼 흐름이 빠른 곳에서 특히 중요하다. 실제로 물미나리(Ranunculus aquatilis, 수중 미나리아재비) 처럼 한 식물 안에서 서로 다른 두 형태의 잎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수면 위에는..

동식물 이야기 2025.04.09

잡초의 성공비결

1. 잡초란 무엇인가 잡초는 특정한 식물 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정한 목적과 공간에 어긋나게 자라는 식물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밭에서 농작물보다 먼저 올라오는 풀, 정원의 조경 흐름을 어지럽히는 들꽃, 도심 인도 틈새에서 자라는 덤불까지, 그 형태나 속성은 다양하지만 '잡초'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인다. 식물생태학에서 잡초는 대개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생태계에서 원하지 않게 자라는 식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분류일 뿐이다. 어떤 식물도 태생부터 잡초인 것은 없다. 상황이 달라지면 꽃도 잡초가 되고, 잡초도 관상식물이 된다. 2. 한국에 흔한 잡초들한국에서 잡초는 도시, 농촌, 산지 구분 없이 자주 발견된다. 예컨대 개망초(Eriger..

동식물 이야기 2025.04.08

조개는 아닌데 조개처럼 보이는 것들

해변에서는 조개껍데기가 많아 보인다해변을 걷다 보면 발밑에 자꾸 걸리는 하얀 껍데기들이 있다. 작은 조각부터 손바닥만 한 것까지, 그 모양과 크기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은 그것들을 대개 ‘조개껍데기’라고 퉁쳐 부른다. 바다에서 온 껍데기니까 조개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껍데기 형태가 조개 하나만의 것은 아니다. 해안에 도달한 껍데기 중에는 조개 외에도 달팽이류, 전복, 따개비, 벌레류, 두족류의 잔해까지 섞여 있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조개라고 단정하기엔 바다 생물의 껍데기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조개는 두 개의 덮개를 가진다일반적으로 조개라고 부르는 생물은 연체동물 가운데 껍데기 두 개로 몸을 감싸는 종류를 말한다. 생물 분류상으로는 ‘이매패류(Biv..

동식물 이야기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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